사파 첫 날 1탄, 맞닥뜨린 변수

사파에 도착한 첫 날, 시간도 날씨도, 가족들의 컨디션과 준비물까지 온통 변수로 투성이었습니다. 어쩌면 좋고 어쩌면 나쁜 변수의 향연 속에서 저 포함 10명의 대가족을 이끌고 사파에서 겪은 좌충우돌을 정리했습니다.

첫 번째 변수, 시간

사파 피스타치오 호텔 로비


새벽 6시에 사파에 도착하여 G8 사무실에서 미니 버스를 타고 피스타치오 호텔로 갔습니다. 가까워서 5분도 채 걸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거기서 체크인 수속을 먼저 마친 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입실은 못하고 호텔측 양해를 구하여 1층의 수영장에 마련된 간이 샤워장에서 샤워를 하기로 했습니다.

이 부분은 미리 예약할 때 아고다를 통해 호텔에 체크인 전에 샤워를 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문의했었습니다.

수영장에 딸린 샤워장이라 그래도 서너명은 동시에 샤워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1인씩 들어갈 수 있는 정말 간이 샤워장입니다.

세면대를 마주보고 문이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화장실, 다른 하나는 샤워장입니다. 사파 피스타피오 수영장의 샤워장은 이전 포스팅인 사파 피스타치오 호텔 이용 글을 참조해 주세요.

세수, 양치는 세면대에서 하고 그 사이 샤워할 사람은 빨리빨리 샤워해야 합니다. 다른 여행자들도 샤워하러 오기 때문에 먼저 도착했다면 꾸물거리지 않는 것이 서로를 위해 중요합니다.

수건은 수영장 입구쪽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제 여행 계획의 1차 차질이 발생합니다. 샤워장이 1인실이고 샤워장 내에서 옷을 벗어 보관할 곳이 없기 때문에 모든 일행이 다 씻고 나오는 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계획 상으로는 모두 씻고 나오는 데 1~2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었습니다. 6시 도착한 다음 샤워까지 하고 나면 아무리 늦어도 9시 정도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인근 식당에서 간단히 조식을 먹고 사파 광장을 둘러 볼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샤워를 모두 마치고 나오니 오전 1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어쨌든 샤워를 마친 뒤 6층 로비에서 짐을 보관해달라고 하면 데스크 뒤에 마련된 작은 방에 보관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혹시 모르니 여권이나 금품은 따로 보관하세요.

두 번째 변수, 날씨

사파에 오면 비가 그칠 줄 알았는데 하노이에서보다 오히려 비가 더 많이 옵니다.

결국 피스타치오 호텔 로비에서 우산을 구매했습니다. 우리나라 다이소에서 살 수 있는 투명 비닐 우산이고 1개에 6만 동(3천 원 가량)입니다. 저흰 4개를 구매했습니다.

우산을 구매한 뒤 늦은 아침을 먹으러 가기로 합니다. 일찍 도착했는데 샤워하고 짐 맡기고 이것 저것 하다보니 11시가 다 되어 갑니다. 피스타치오 호텔 3층에 식당이 있지만 가성비 떨어진다는 후기가 많았기 때문에 일단 걸어 나가기로 했습니다.

Pho Thin Hanoi in Sapa, Vietnam


피스타치오 호텔에서 걸어 내려가다보면 가장 가까운 식당이 나옵니다. Pho Thin Hanoi인데 그냥저냥 그렇습니다. 닭고기 쌀국수, 볶음밥, 반미, 콜라 등등을 시켰습니다.

보통 여행가면 메뉴판도 찍고 주문한 메뉴 및 가격까지 다 기록하는 편인데 시부모님, 시누이와 하는 해외 여행이라 그런지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10명 식사에 총 51만 동 나왔습니다.

맛도 그저 그렇고, 음식도 빠르게 나오지 않고 대화는 여사장님만 영어가 되는 편입니다. 그러나 친절하긴 합니다.

사파의 수많은 맛집을 체크해서 구글 지도에 표시도 해놓고 구글 시트에 주소도 적어놨는데 소용이 없습니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기 시작해서 발이 묶였습니다.


식사를 끝낸 뒤 더 내려와서 Hainam Travel이라고 적혀 있는 곳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카페 이름은 아마 다를 수 있습니다. 카페 이름을 모르겠어서 구글 지도에서 카페가 있었던 곳의 간판을 적은 것입니다. 베트남, 사파는 구글 지도에서 최신 사진도 몇 년 전 찍은 사진이었거든요.

카페를 찾을 겸 나오긴 했는데 더 내려가려다가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일단 무작정 들어갔습니다.

의사소통은 안 되지만 메뉴판에 영어가 함께 적혀 있어서 적당히 알아서 주문했습니다. 음료 10잔 35만 동 나왔습니다.

일반 커피가 너무 써서 물을 여러 번 타서 마셨습니다.


이미 알고 있었던 변수, 판시판 케이블카 중단

판시판을 보려고 온 여행이었는데 예약 다 하고 나니 10월 중순쯤 사파 판시판 케이블카가 고장이 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작년 10월 경 하노이 도깨비 카페에서 본 바에 의하면 케이블카 변압기가 벼락을 맞았고, 그로 인해 승객들이 케이블카를 탄 채 몇 시간씩 공중에 있어야 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로 인해 11월부터 한 달 간 케이블카 점검이 있다는 공지가 나왔습니다.

저희가 방문한 시기는 11월 말이었기에 혹시나 싶어 판시판 공식 홈페이지에 점검이 언제쯤 끝나는지 영어로 문의했으나 끝내 답변은 받지 못했습니다.

어쨌든 판시판은 점검 때문이어도 못가게 되었지만, 비가 억수 같이 내려서도 이미 물 건너 갔기에 차선책으로 준비해 온 롱머이 유리 다리를 가기로 합니다.


사실 일정은 정해진 것이어서 회의랄 것은 없었습니다. 다만 날씨가 계획에 없었던 것이었죠.

계획대로면 오토바이 3대를 빌리고, 택시 1대를 대절할 생각이었습니다.

오토바이 1대 하루 대여 가격은 흥정해서 30만 동이고 그랩이나 택시 1대는 100만 동 정도라고 봤었습니다.

그런데 비가 와서 다 취소하고 단체로 미니 버스를 타기로 했고, 그 버스는 일단 나가서 알아보자는 것이 회의의 결과였습니다.

네 번째 변수, 카트 기사

사파 전기 카트를 탄 사진


카페 바로 앞에서 웬 전기 카트를 발견합니다. 사파 시내를 한 바퀴 둘러볼 수 있는 차인 것 같은데 호텔까지 태워 준답니다.

덕분에 가면서 얘기하니 미니 버스를 운행하는 친구가 있다고 소개 시켜 준답니다.

전기 카트 기사와 전화 번호를 주고 받았습니다. 그러곤 호텔 프런트에서 짐을 찾아 배정 받은 방으로 갔습니다.

사파 피스타치오 호텔 리뷰는 이전에 포스팅한 사파 피스타치오 호텔 이용에서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전기 카트 기사와 약속한 시간에 미니 버스 기사가 왔습니다.

오늘 하루 롱머이 유리 다리까지 데려다주고 저희가 올 때까지 밑에서 대기했다가 다시 호텔까지 데려다주는 데 150만 동을 주기로 했습니다.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비용이 더 저렴해졌습니다.(오토바이 3대+택시 = 최소 190만 동 예상)

심지어 내려오는 길에 사랑폭포나 그 외 여러 포토존에 멈춰주겠답니다.

미니버스 기사가 롱머이 유리 다리 티케팅을 했냐고 묻기에 매표소 가서 할 생각이라고 했더니 자기 사장님을 소개해 주겠답니다.

거기서 하면 편하고 저렴하답니다. 뭔가 술술 풀리니 좀 찝찝한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롱머이 유리 다리를 가는 길에 있으니 잠시 서서 마치 버선 발로 마중 나온 듯한 젊은 사장을 만나 아이폰으로 티켓을 에어드랍해서 받았습니다. 아이폰 아니어도 휴대폰에 티켓을 전송하는 방식으로 티켓을 주는 것 같습니다.

제대로 된 티켓이라며 인원수만큼 10장의 티켓을 받았고 확인도 해줬지만 그래도 아직 의심병을 떨치지 못해 영수증을 써달라고 했습니다.

저흰 소아 1인 포함해서 10명 입장 티켓을 끊는데 380만 동 들었습니다. 한국돈으로 대략 19만 원 정도입니다.

포스팅하는 오늘 환율 기준(100동=5.61원)으로는 환율이 좋지 않아 21만 3180원이네요. 보통 베트남 환율은 보수적으로 100동=5원으로 계산하는데 환율이 무척 안 좋아졌네요.

클룩에서는 오늘 환율 기준으로 25만 7600원(소아2, 성인8)입니다.

소아 2명인데 1명으로 계산했다고 살짝 분개했었는데 그걸 감안해도 확실히 이득은 이득이었나봅니다.


다 끝나서 하는 말이지만 너무 친절했는데 계속 의심했더니 살짝 미안했습니다. 다들 너무 20대 초반처럼 보이는 남자들이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웃으며 대하기에 반쯤 사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나중에 호텔 도착해서 기사님한테 팁을 10만 동 주긴 했습니다.

지금 영수증에 보니 이 여행사(?) 이름은 Dinh Cao Sa Pa이고 주소는 413 Dien Bien Phu Sa Pa – Lao Cai입니다.

전화번호는 0981-887-888입니다. 영수증에 뭔가 주소 같은 것과 전화 번호 같은 게 2개 있는데 혹시 더 자세한 정보를 원하시면 댓글 남겨 주세요.

후기라기보단 여행기인 포스팅이다보니 이야기가 너무 길어져서 다음 포스팅에서 나머지 이야기와 첫 날 지출한 여행 경비를 정리하며 첫 날 이야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긴 포스팅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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