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리모델링에 드는 비용은 얼마일까? 지난 5년이 넘도록 생각만 하다가 올해 초에 이사하면서 드디어 화장실 천장을 바꿨다. 기존에 적삼목 루바로 되어 있었던 천장을 렉스판이라는 욕실 천장재로 셀프 시공했다. 화장실 천장을 바꾸는 데 든 비용과 리모델링 이유, 리모델링 방법 등을 정리해 보았다.
목차
화장실에 적삼목 루바 천장을 하면 안 되는 이유
기존에 우리가 사용하고 있었던 욕실 천장은 적삼목, 또는 루바(루버)라고도 하는 나무로 된 천장이었다.
인테리어 업자가 우리와 상의도 없이 이게 좋다며 마음대로 시공했었고, 당시에도 나무 천장이 마음에 썩 들진 않았었지만 그 당시 굉장히 바빠서 이사 시일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갔었다.
화장실에 적삼목 천장을 하고 첫 1년 간은 샤워하고 나왔을 때 나무 향기도 나기도 했고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지낼만 했다.
그런데 한 해, 두 해가 지날 수록 내가 처음에 우려했던 상황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바로 ‘곰팡이’이다.
인테리어 업체에도 시공 당시에 우려를 표현하긴 했었는데, 욕실에 사용하는 것인 만큼 물에 강한 목재라며 5년은 버틴다고 했었다.
물론 그 말도 마음에 들진 않았다. 욕실에 수백만 원을 투자해서 리모델링을 하고 있는데 시공업자 추정 유효기간 5년이라면 누가 마음에 들어하겠는가?
결국 2년도 채 되지 않아 거뭇거뭇하게 곰팡이가 생기기 시작했다.
우리집만 그랬던 것이 아니다. 당시 우린 2층에 살았고, 3층에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는데, 시부모님댁 화장실 천장도 곰팡이가 슬었다.
위의 사진은 시부모님께서 사용하시던 화장실 천장이다.
이사를 같은 해, 같은 달에 했고, 공사 역시 같은 업체에 동시에 2, 3층을 진행했었다.
어머님께선 곰팡이가 슬자 걸레를 빨아 락스를 묻혀 닦아내시며 사용하셨고, 난 곰팡이가 슬자 마른 걸레에 편백수를 뿌려 닦아내며 사용했었다.
사진에 보다시피 두 집 모두 화장실에 건물 밖으로 난 작은 창이 있기 때문에 어머님댁, 우리집 모두 겨울철 샤워할 때 빼곤 창문을 항상 열고 생활했다.
즉, 화장실 천장 곰팡이는 환기가 문제가 아니란 이야기이다.
그리고 화장실 천장을 바꾸고 5개월을 살아본 결과, 그동안 집에서 매년 봄~가을 사이 바선생이 튀어나왔던 이유는, 이 적삼목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 추정에 대한 첫 번째 근거는, 기존 2층에 살 때 화장실 천장에 바선생이 발견된 적이 있었는데 이놈이 나무 사이로 숨었고, 남편은 욕실 천장이 다 젖도록 약을 쳤었다. 이 약이 바선생 특효 완전 독한 약이라서 뿌려서 맞으면 그 자리에서 즉사다.
리모델링할 때 이 욕실 천장을 뜯으면 분명 시체가 나올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시체가 없었다.
두 번째 근거는, 매년 어머님댁도(3층), 우리집도(2층) 바선생이 꼭 출몰했었는데 천장재를 바꾸고 우리가 3층으로 이사온 지난 5개월 동안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세 번째 근거는, 내가 같은 건물 1층에 학원을 운영하다가 몇 년 전 벽체를 다 분해해서 뜯은 적이 있었는데 강의실 사이 벽을 뜯어냈더니 한쪽 강의실 벽 안의 각목 위에 바선생 똥이 잔뜩 있었다. 그 벽 안이 이놈들 화장실이었던 셈이다. 그놈들은 벽 안을 돌아다니며 살고 있었다.
즉, 위의 세 가지 근거로 확신에 가까이 추정하건대, 욕실 천장에 적삼목만 대면 건물의 시멘트가 있는 부분과 사람이 생활할 수 있도록 각종 내장재로 싼 부분이 기밀하게 차단되지 않기 때문에 이 나무 사이를 통해 그놈들이 출몰했던 것으로 생각한다.
사실 이렇게 쓰면서도 쓰고 나면 내 이 확신을 비웃기라도 하듯 집에서 출몰할까봐 상당히 무섭긴 하다.
화장실 리모델링하기
기존 천장재 철거하기
시부모님께서 올해 초에 인근 아파트로 이사가시면서 2층에 살던 우리가 3층으로 이사왔다.
이사오면서 벼르고 별렀던 화장실 천장에 손을 대기로 했다.
화장실 천장을 리모델링하기 위해 우선 기존 천장재인 적삼목을 뜯어냈다.
뜯어내는 건 남편이 빠루와 끌을 이용해서 뜯어냈다. 루바라고 하는 적삼목만 뜯어냈더니 건물 태초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루바를 고정하기 위해 각목에 어마어마하게 많은 실타카가 쳐져 있었다.
각목은 그대로 사용할 것이기 때문에 뜯어내지 않았고, 대신 롱노우즈와 펜치로 실타카를 모두 뽑아주었다.
각목 한 줄에 300개가 넘게 박혀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박아댔나 확인하려고 세다가 300까지 세곤 그만뒀다.
적삼목 루바 철거 방법 및 비용
화장실에서 뜯어낸 적삼목 루바는 인테리어 자재이기 때문에 일반종량제 봉투에 버릴 수 없다.
이렇게 인테리어 자재로 나온 폐기물들은 폐기물 자루를 구매해서 버리거나, 폐기물 업체에 수거를 요청해야 한다.
화장실 1곳의 적삼목 루바만 버려야 했다면 멀티커터로 자르든 작은 직쏘(전기톱)으로 자르든 한 다음 폐기물 자루에 담아 버렸을텐데
위의 사진에 보다시피 이사하면서 나온 다른 목재, 거실장, 그 외 각종 폐기물들이 있었기 때문에 폐기물 업체에 수거를 요청했다.
만약 화장실 1곳의 루바만 버린다면 조각내어 폐기물 자루에 담았다고 가정했을 때 50L 2장(각 3,480원)이면 충분할 것 같다.
우린 위의 사진에 보이는 것들 외에도 독서실 책상 1개, 파레트, 팝업텐트 2개 등등 훨씬 더 많았기 때문에 46,000원을 결제했다.
폐기물 자루는 동네 큰 마트에 판다. 정확히 알아보고 움직이려면 동사무소나 구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폐기물 자루는 어디서 구입할 수 있는지, 우리 동네 담당 폐기물 업체는 어디인지 알 수 있다.
천장재 및 몰딩 구입
화장실 천장재로 흔히 쓰이는 렉스판을 구입했다. 렉스판은 리빙우드라고도 한다.
크기와 장수에 따라 비용이 다른데, 우린 2층과 3층 화장실 천장을 모두 교체하기 위해 10×300×2100짜리를 10장 구입했다.
가격은 63,000원이었는데, 길이가 크다 보니 일반 택배로는 받을 수 없어서 화물배송비 13,000원이 들었다.
그리고 몰딩은 2, 3층 화장실 외에도 현재 어머님께서 살고 계신 아파트의 화장실 몰딩도 교체해야 할 것 같아서 조금 더 넉넉히 구입했고, 30사각, 길이 2400짜리로 4개를 구입했다. 몰딩은 8,360원으로 저렴했으나 몰딩 역시 길이가 무척 길어서 화물배송을 받아야 했기에 화물배송비 10,000원이 추가로 들었다.
이렇게 천장재와 몰딩을 구입하는 데 배송료까지 총 94,360원이 들었다.
구입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몰딩스토리’라는 곳에서 구입했다.
참고: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몰딩스토리’ 렉스판 판매 페이지
렉스판 시공하기
렉스판은 커터칼로도 잘 잘린다.
먼저, 화장실에 렉스판을 어떤 방향으로, 어디서부터 붙일지 생각한 다음, 길이를 재고 그 길이에 맞게 렉스판을 자르면 된다.
렉스판은 양쪽 날 부분이 모양이 다르다. 하나는 암놈이고 다른 한쪽은 숫놈이다.
그래서 마구잡이로 잘랐다간 못 쓰게 될 수도 있다.
렉스판을 잘랐으면 붙일 곳에 한 번 갖다 내어 본다. 벽에 너무 딱 맞게 재단하지 않아도 된다.
몰딩만큼의 두께는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길이를 잘 잘랐다면 한 사람이 받치고 있는 동안 다른 한 사람이 각목이 있는 곳마다 피스(끝이 뾰족한 나사)를 박아준다.
너무 꽉 조이면 렉스판이 쉽게 울기 때문에 적당히 박아야 한다.
피스는 화장실에 쓰는 것이므로 스텐리스 제품으로 구입해야 한다.
철물점에서 새끼손가락 한 마디보다 짧은 스텐 피스 한 봉지 구입하는데 1~2천원이면 수백 개 구입할 수 있다.
벽과 맞닿는 부분도 각목 있는 곳마다 피스로 살살 박아주면 된다.
몰딩으로 덮을 것이기 때문에 피스가 드러나서 흉해 보일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렉스판 두 번째 장을 잘라 첫 번째 장 옆에 끼워 준다.
피스를 박기 전에 좀 더 조밀하게 끼워질 수 있도록 이쪽 저쪽 탕탕 밀어가며 끼워준다.
끼워진 부분은 피스를 박지 않고, 위 사진 제일 오른쪽 1시 방향에 있는 날개 같은 부분에만 각목과 맞닿는 곳마다 피스를 박아준다.
그래야 겉보기에 피스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렉스판을 이쪽저쪽 잘 밀어가며 박아주면 결합 부위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욱 깔끔하게 시공할 수 있다.
욕실 등이 있는 부분은 그 옆의 렉스판을 끼우기 전에 자리를 잡아주는 것이 좋다.
그래야 나중에 전선이 어디 있는지 헤매지 않기 때문이다.
렉스판으로 화장실 천장을 모두 덮어준 모습이다.
피스를 박을 땐 이왕이면 전동드릴이 있어야 쉽게 할 수 있다.
집에 전동드릴이 없다면, 요즘은 아파트 관리실이나 동사무소에서도 전동드릴 정도는 구비해 두고 빌려주기도 하니 빌릴 수 있는 곳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
물론 여자 혼자 사는 집에도 전동 드릴 정도는 하나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보쉬나 마키다, 디월트처러 좋은 건 아니어도 된다. 우린 스탠리 제품을 쓰고 있는데 일반 가정집이나 여자 혼자 사는 집에서는 스탠리보다 더 저렴한 제품을 구입해도 충분하다.
몰딩 시공하기
이제 몰딩 작업을 해야한다. 몰딩도 커터칼로 충분히 잘린다.
그런데 몰딩은 몰딩과 몰딩이 만나는 부분에 45도 각도를 주어서 잘라야 하기 때문에 렉스판보다 조금 더 신경 써서 잘라야 한다.
각도톱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예전에 카페 공사할 때 사서 다 쓰고 당근에 내다팔았기 때문에 아쉬운대로 삼각자를 이용했다.
몰딩은 피스로 박는 것이 아니라 실리콘과 글루건으로 붙이면 된다.
실리콘을 발랐어도 몰딩이 바로 단단하게 붙는 것이 아니라서 실리콘은 전체적으로 도포해 준 뒤 실리콘이 굳을 때까지 몰딩을 붙잡아 줄 수 있도록 글루건으로 글루를 군데군데 쏘아 준다.
몰딩까지 다 붙여준 다음 몰딩과 렉스판이 맞닿은 틈새, 그리고 몰딩과 타일이 만난 부분을 실리콘으로 마감해 주었다.
어둡고 칙칙했던 나무색에서 하얀색으로 바뀌니 천장만 바꿔줬을 뿐인데도 화장실이 훨씬 더 환해져서 좋았다.
퇴근하고 틈틈이 했기 때문에 시간이 정확히 얼마나 걸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재료와 공구만 갖춰져 있다면 하루동안 철거부터 실리콘 마감까지 충분히 할 수 있다.
화장실 리모델링 셀프 시공 및 렉스판 사용 후기
결과가 워낙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이렇게 비교적 간단히 끝날 천장 공사를 왜 그 오랜 시간 동안 스트레스 받고 있었을까 싶다.
심지어 비용도 10만 원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게다가 청소하기도 쉽다.
걸레에 락스를 묻혀서 쓱쓱 닦아주면 되니 말이다.
한동안 장마로 인해 화장실이 습해서 천장에 실리콘 라인 따라서 곰팡이가 앉았는데 걸레에 락스 묻혀서 곰팡이가 자리한 곳마다 문질러 주었더니 깨끗하게 닦였다.
원래 욕실에 쓰는 천장재라서 물을 뿌려도 괜찮다.
시공도 간편하고 비용도 저렴하고 간편해서 개인이 직접 충분히 도전해 볼 수 있는 공사인 것 같다.